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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개발자로 살아남기: 나의 커리어 전환 스토리와 현실 조언

by Flexyz 2025. 6. 12.

누구나 뚜렷한 목표와 치밀한 계획 속에서만 길을 찾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개발자가 된 과정은 어쩌면 꽤 ‘어설프고 우연한’ 선택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어설픔이 나만의 속도로 나를 개발자의 길로 이끌어 준 것 같다.

 

이 글은 ‘어쩌다 개발자’가 된 내 이야기이자, 비전공자도 충분히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작은 증명이기도 하다.

 

개발자로 살아남기 이미지(출처: GPT 이미지 생성)


 

컴퓨터는 좋아했지만 개발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는 내게 친숙한 존재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게임을 즐겼고,

가끔은 컴퓨터 자체를 만지는 게 더 재미있었다.

게임 CD를 복사하거나, 컴퓨터 부팅을 살짝 바꿔보는 게 작은 성취였던 시절.

 

하지만 ‘개발자’라는 직업은 그때 내게 너무 멀어 보였다.

‘개발자는 수학을 정말 잘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고,

특히 여자아이가 개발자를 한다는 건 내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나는 개발자가 될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다른 진로를 찾아갔다.

나름대로 좋아하는 컴퓨터를 취미로만 두기로 했다.

 


 

상경계가 대세라서 선택한 경제학과

 

내가 대학을 준비하던 시절, **‘상경계 = 안정적인 진로’**라는 공식이 있었다.

부모님도 주변 어른들도 모두 ‘상경계 가면 길이 넓다’고 했다.

영어도 수학도 그리 잘하지 않았지만, 적당히 만만해 보이는 경제학과를 선택했다.

 

문제는, 대학교 1학년 첫 학기부터 다시 수학(미적분)을 공부해야 했다는 점이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자연계 갔을걸.’

하지만 이미 선택은 끝났고, 남은 건 버티는 것뿐이었다.

 

경제학이 나와 잘 맞는 전공인지는 사실 끝까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경제학을 배우면서 얻은 ‘논리적 사고’와 ‘문제를 구조화하는 습관’은, 훗날 개발자가 되었을 때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다.

 


 

한 번의 교양 수업이 내 인생을 바꿨다

 

대학이 불교계 학교였던 탓에, 필수 교양으로 ‘불교 개론’을 수강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기독교 모태신앙이라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어 피하게 되었다.

대신 선택한 수업이 바로 **‘인터넷 프로그래밍 입문’**이었다.

 

별 기대 없이 수강했는데, 이상하게 재미있었다.

처음 HTML 태그를 배우는 순간, 고등학생 때 만들던 개인 홈페이지 기억이 떠올랐다.

코드를 작성하고 화면이 바뀌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너무 신기했고, **‘이건 내 길일지도?’**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컴퓨터공학과 전공자들도 많았던 수업에서 나는 A+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나의 개발자 DNA는 이미 깨어나고 있었던 것 같다.

 


 

여고 출신, 주변에 롤모델이 없었다

 

나는 여고를 나왔고, 집에도 컴퓨터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없었다.

‘여자가 개발을 한다’는 말조차 낯설었던 시절.

 

정보를 얻을 경로도,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혼자 HTML을 만지고, 나모 웹에디터로 홈페이지를 만들면서도 ‘나는 그냥 취미로 하는 사람이지’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주변에서는 내가 제일 잘했지만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내가 못하는 게 아니라, 비교할 대상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어쩌면, 만약 그때 ‘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나는 더 일찍 개발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10년 넘게 개발을 멀리하며 살았다

 

대학교 졸업 후, 나는 IT와 전혀 상관없는 길로 갔다.

정확히 말하면, ‘개발’을 내 커리어에서 지웠다.

 

다른 업계에서 일하며, 회사에서 엑셀이나 다루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어릴 적 흥미를 가졌던 컴퓨터와 개발은, 내 삶에서 점점 멀어졌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찜찜함이 남았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었던 건 이게 아닐까?’

이런 생각은 꽤 오래 나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결국, 그 작은 찜찜함이 날 다시 개발의 세계로 이끌었다.

 


 

AI 시대, 개발은 다시 내 것이 되었다

 

우연히 다시 개발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이미 AI가 급성장하고, 개발자들이 연봉 인플레를 걱정하며 퇴사하던 시기였다.

 

덕분에 나는 시대의 혜택을 크게 받았다.

 

과거라면 혼자 개발 공부를 하기 위해서 몇 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GPT, 코파일럿, AI 튜터들이 24시간 내 개발 파트너가 되어줬다.

 

내가 잠깐 멀어졌던 개발은, 어느새 내게 훨씬 더 다정해져 있었다.

덕분에 혼자서 프로덕트를 만들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까지 직접 운영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개발자가 된 건 운이었지만, 계속하는 건 선택이었다

 

처음 개발자가 된 건, 어쩌면 ‘운이 좋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도구와 사람을 만났고, 시대를 잘 탔다.

 

하지만 ‘계속 하는 것’은 순전히 내 선택이었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어떻게 개발자가 됐어요?’

 

나는 이렇게 답한다.

‘어쩌다 개발자가 됐지만, 계속 하고 있으니까요.’

 


 

비전공자, 늦깎이, 여성이어도 개발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과거의 나 같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서다.

 

  • 비전공자여도 괜찮다.
  • 여성이어도 괜찮다.
  • 늦게 시작해도 괜찮다.

 

내가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운도 있었고, 시대도 잘 만났지만, 결국 끝까지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쩌다’ 시작해도, ‘계속’ 하면 개발자가 될 수 있다.

 


 

마무리: 개발, 내 길을 찾은 늦깎이의 기록

 

개발이 처음부터 내 꿈은 아니었다.

어쩌다 시작했고, 재미있어서 계속 했고, 지금은 내 삶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어쩌면 인생의 많은 일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계획한 대로만 가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은 어설프게, 가끔은 느리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가는 것.

 

이게 내가 개발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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